1. 학교에서의 생활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과 호주의 초등학교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점에 대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제 아이들은 호주 퀸즐랜드의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답니다. 중간에 한국의 초등학교도 몇 개월 간 경험을 해 보았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두 나라의 학교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했던 점들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한국의 초등학교 교과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정한 공식 교과서를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과목별로 교과서가 있고 EBS 프로그램을 통해서 예습과 복습도 가능합니다. 교과서 내용이 담긴 문제집도 있어서 내 아이가 앞으로 어떤 내용의 어떤 난이도의 학습을 하게 될지 예측이 가능합니다. 반면 호주는 교과서가 없습니다. 주 별 교육 기관이 지정한 교재와 자율적으로 선택한 교재를 사용한다고 합니다만, 저는 아이의 교과서를 본 적이 없습니다. 주로 프린트물로 숙제를 가져오고, 학기 말에 자신이 공부했던 내용물을 들고 오는데, 프린트물을 노트에 붙이고 이를 토대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학기 시작할 때 선생님이 교과목 별 가이드를 주시긴 합니다. 어떤 내용들을 다룰 것인지 간략하게 알려주십니다. 하지만 교과서가 없기에 부모는 앞으로 아이가 무엇을 배울지,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한국의 공립 초등학교는 교복이 없습니다. 사립 초등학교는 교복을 입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교복을 입습니다. 호주의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교복을 착용합니다. 학교 규정에 맞는 헤어밴드, 양말 색, 헤어 액세서리, 신발 등을 착용해야 합니다. 많은 호주의 아이들이 학교 명이 적힌 배낭을 메고 학교에 갑니다. 호주의 하이스쿨에서는 학교에 따라 유니폼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은 급식이 있습니다. 도시락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양한 식재료를 접할 수 있고 골고루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급식이 정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무료입니다. 반면 호주는 도시락을 미리 준비해서 학교에 가져가야 합니다. 호주에는 오전 간식 시간(morning tea time)이 있는 학교가 있습니다. 모닝티와 점심, 물을 학교에 싸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호주에는 워낙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있다 보니 식성도 다르고, 알레르기 가진 사람도 많고, 종교 관련 특정 식이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학교에 매점이 있어서 이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미리 주문하기도 하고 돈을 들고 가서 살 수도 있습니다. 한국 초등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이 수업 사이에 10분 남짓입니다. 아이들은 실외로 나갈 수 없고 화장실이나 복도, 교실에 있어야 합니다. 호주의 초등학교는 쉬는 시간에 밖에 나가 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다른 반 아이들과 한데 어울려 함께 놀 수 있습니다. 모닝티 먹은 후 20분 정도 쉬고, 점심 먹은 후 30분 정도 쉽니다. 길게 쉬면서 밖에서 뛰어노니 에너지도 발산하고 시원하게 리프레시할 수 있습니다. 제 아이는 호주의 쉬는 시간을 제일 사랑했습니다.
2. 호주에서는 수준별 학습이 이루어지고, 선생님과 파트너십을 지향합니다.
한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께서 동일한 내용을 한 반의 아이들에 일률적으로 가르칩니다. 교육과정에서 가르쳐야 할 수준의 내용을 선생님께서 전달하는 것입니다. 호주는 영어 수업을 할 때 아이들의 성취도에 따라 그룹을 나눕니다. 그리고 각 그룹에 난이도의 차이를 두어 수업합니다. 자기 수준에서 조금 어려운 내용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그룹 멤버는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제 아이에게 모둠 수업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자신은 메뚜기 그룹에 있고, 다른 친구들은 잠자리, 나비, 무당벌레 그룹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성취도가 낮은 그룹에 있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는 아이는 없어 보였습니다. 한국 초등학교에서는 현재 교권이 흔들린다고 할 정도로 선생님의 권위가 위태롭습니다.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30년 전에는 많은 한국의 아이들이 선생님을 존경하기도 하고 무서워하기도 했습니다. 작금의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유교의 잔재로 말미암아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는 수직적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모와 선생님의 관계는 전통적으로 부모는 선생님께 잘 부탁드려야 하는 입장입니다. 최근 이를 뒤엎는 사건들이 터지기는 했지만 제가 한국에 가서 느끼기에는 그랬습니다. 내 아이를 성장시키는 일을 담당하는 분이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그렇게 하는 듯 보였습니다. 호주에서 아이들은 선생님의 이름을 부릅니다. 이는 문화적인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더 낫고 못하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선생님에게 Mr.XX 나 Miss XX로 부릅니다. 영어는 존댓말이 없습니다. 서로 존중하는 관계이고 수평적입니다. 부모와 선생님의 관계는 파트너십입니다. 아이의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해 가는 파트너의 마음으로 소통합니다.
3. 교육 체계 및 교육 목표에서의 차이
한국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초등학교에 다닙니다. 한국의 초등학교는 6년 제이지요. 한국 초등학교에서는 특히 국어 과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국어와 수학의 기본을 다지는 것이 공교육에서의 최대 목표입니다. 호주는 7년 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0학년부터 6학년까지 초등학교에 다닙니다. 0학년을 부르는 명칭이 주마다 다른데 퀸즐랜드에서는 0학년을 프렙이라고 부르고, 뉴사우스웨일스(NSW)에서는 킨디라 부릅니다. 한국 초등학교에서 국어 과목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처럼 호주에서는 영어 과목이 아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영어로 앞으로의 모든 교육 과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한국의 초등학교 교육은 대학 입시를 위한 지식과 능력 중심으로 구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린 연령에서부터 노력하고 있습니다. 높은 사회적 지위,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학업 성취를 높여 원하는 대학교에 가야 한다고 믿는 가정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의 초등학교는 '공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호주의 초등학교 교육은 학생들의 개인적인 관심사와 능력을 존중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발달과 행복이 주된 교육 목표입니다. 학교에서 학업적인 푸시를 한국만큼 하지 않는 이유이죠. 물론 학업에 대한 열정이 높은 아이들의 경우 그에 맞춰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 아이의 관심사에 더 귀를 기울여 줍니다. 호주의 학생들은 자신의 길을 스스로 탐색하고 찾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을 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스로 느끼기에 대학 진학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대학교에 지원하는 시스템입니다.